개발자 K씨를 재회한 것은 8년만의 일이다. 그는 나와 함께 일했던 직장에서 이직한 이후에 4번이나 더 이직을 했는데, 현재는 실직 상태에서 직장을 구하고 있었다.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에서는 비전이 없어 그만 두었고, 대기업 계열 SI업체를 들어갔으나 개발이 아닌 관리를 시켜서 그만두었고, 포털에 들어갔는데 할 일이 별로 없고 회사 상황이 정치적이어서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회사는 소위 벤처기업이었는데, 6개월이나 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장이 사실상 야반도주를 해서 회사가 망했다고 했다. K씨는 자바를 정말 잘 다루던 개발자였는데, 일반적인 기준에서 볼 때 성격이 좋다고 얘기하기는 힘든 사람이었지만 그 정도면 무난하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여느 개발자와 마찬가지로, 타인의 욕구에 관심을 가지거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다. 다음은 그가 한 얘기이다. “회사 경영은 나하고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경영이나 관리 같은 것은 잘 모르고요. 회사에서 벌어지는 정치 게임은 질색이에요. 저는 그저 개발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이 참 없더라고요.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필자는 그날 K씨와 새벽까지 술을 마실 수 밖에 없었다. 개발자가 개발자답게 일하고 성장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한국의 현실이다. 성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져 가고 있다. 개발자는 어떤 사람인가?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스펙에 따라(또는 창조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오랜 시간 동안 한 자리에 앉아서 화면만을 째려보며 몰입할 수 있기에 개발자다. 그것이 그들의 특징이며 그렇기 때문에 개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개발자에 대해 IT업계의 다른 직종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단편적이지만 그들의 생각을 살펴보자. 어떤 영업맨은 “저한테 저렇게 열 시간 동안 앉아 있으라고 하면 절대 그러지 못할 거 같네요. 어떻게 저럴 수 있나요?”라고 필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어떤 마케터는 “그들은 쿠폰에 항상 도장을 찍더군요. 작은 것에 민감한 거 같아요. 시야가 좁고 자신들의 분야 외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거 같더군요. 게임이나 애니, 미드 같은 것을 좋아하고. 업계나 시장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라고 얘기했다. 실제로 마케터들은 개발자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그들을 잘 모른다. 원거리에서 그들을 바라볼 뿐이다. 반면에 개발자와 함께 협업하는 경우가 많은 요구분석가, 웹기획자들 중 상당수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그들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없어요. 중요한 대화에는 제대로 응하지 않다가 자신들과 상관이 있는 이슈가 나오면 발끈해요.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죠. 도무지 협상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에요.” 혼자서 일하는 1인 개발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개발자는 조직에서 협업을 해야 한다. 프로젝트 매니저와 대화해야 하고, 기획자/디자이너/동료 개발자와 협업을 해야 한다.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고객과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사내정치를 피해갈 수 있는 개발자는 거의 없다.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 사내정치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인터넷기업까지 만연되어 있다. 많은 개발자들이 정치를 싫어한다. 정확히 표현하면 정치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싫어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직이라는 것은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조직구성원들이 지위 고하에 따라 자신의 목표와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들간의 이해관계는 상충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희생자가 된다. 안타깝게도 그 대상은 대부분 개발자이다. 개발자는 현실적인 일정 하에서 보다 나은 기술을 이용하여 높은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기술 자체나 품질은 전혀 상관없이 일자 또는 비용만이 그들의 관심사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답이 다르다. 현실은 단순한 흑백논리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패배하지 않기 위해 이것만은 기억하자 사내정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개발자가 알고 있으면 유용할 세 가지 지침을 제시한다. 다음의 세가지 지침은 서로 연동된다. 1. 나의 목표와 주변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돈인지 명예인지 지위인지, 아니면 개발을 통한 자아실현인지, 개인생활의 추구인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또한 나의 목표를 실현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인지 알고서 그것을 관리해야 한다. 자신의 목표와 상충되는 목표를 가진 이해관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것과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목표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은 자기자신의 성격이다. 그렇지만 성격을 수양하는 개발자가 과연 몇 %나 될까? 아는 것과 실천은 완전히 별개의 단계이다. 2. “너와 나의 진실은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이 믿는 것만이 정의이고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 때, 숨을 세 번 크게 내쉬면서 상대편의 입장에서도 과연 그럴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내가 알거나 느끼는 것을 쉽게 드러내서는 곤란하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설익은 판단이고 타이밍이 적절치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욱’한 나머지,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회사를 그만 두어 버리고 경력을 망치는 개발자들이 많다. 퇴사 후 놀고 있는 당신을 사내정치인들은 비웃고 있다. 3. “군자에게는 실수를 해도 소인배에게는 실수를 하지 말라”는 격언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 말은 필자가 회사 생활에서 곤란을 겪는 후배들에게 숱하게 해주었던 말이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임팩트는 상당히 크다. 군자(君子)는 점잖고 덕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군자는 누가 실수를 해도 그 이유를 스스로 파악하여 너그럽게 이해해준다. 하지만 소인배는 조금만 불이익을 당하거나 무시를 당했다고 느끼면 바로 삐지며, 심할 경우 끝까지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그런데 사람이란 군자에게는 존경심을 갖고서 공손히 대하고 소인배는 무시한 나머지 함부로 대한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만일 그 소인배가 당신의 직장상사라면? 사내정치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일본에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더욱 사내정치가 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IT업계뿐만 아니라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의 개념이 불분명한 나라이다. 제대로 된 전문가가 출현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지식사회가 되기까지 앞으로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국은 아직은 선진 지식사회가 아니다. 그러므로 고급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며, 설사 인정한다고 할 지라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실력을 인정하는 기준이 없으니, 사내정치가 판을 친다. 전문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 자기계발이 살길 궤변으로 들릴 지 모르지만, 우리 업계에 전문가가 없는 것은 전문가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 내에 사내정치인이 승진하고 인정받는 것은 조직의 상층부가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성장은 커녕 생존을 이야기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일단 생존해야 자기계발을 하고 경력관리를 하면서 기회를 노릴 것이 아닌가? 사내정치를 잘 할 필요는 없지만(그리고 개발자의 특성상 잘 하지도 못 할 것이다), 희생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개발자 K씨에게 한 말이다. 개발자는 자신의 개발력과 장점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해관계자를 파악하고 그들의 욕구를 다루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자신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하며, 감정에 치우쳐서 일을 그르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결국 희생자가 될 뿐이다. 그러한 희생을 몇 번 당하다 보면, 개발업에 대한 애정이 식어버려 자기계발을 등한시하게 될 뿐만 아니라 성격까지 나빠져서 더욱 더 안 좋은 상태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사라져간 개발자들이 참 많다. 이런 조언을 하는 것에 대해 한편으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언젠가 개발력만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오면(너무 낭만적인 표현이다), 사내정치 대신 좀 더 아름다운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이 난세에서 생존하기 바란다. 환경을 바꿀 수 없으면 자신을 바꾸어야 하며, 자신을 진화시킨 개발자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다. 세상은 장기적으로 볼 때 스스로 혁신하는 사람의 편이니까 말이다. @
재밌다..ㅎㅎ
너무 기발한 아이디어와 극 공감되는(공대 출신이므로..ㅋㅋㅋ)
창문열고 에어컨 끄고 운행하면 연료절약?

(서울=연합뉴스) 휘발유 가격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연료를 아끼기 위한 온갖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지만 이런 말을 다 믿다가는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A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ABC는 미국자동차협회(AAA)와 컨슈머 리포츠, 그리고 디스커버리 채널의 과학 상식 검증팀 `미스 버스터'(호기심 해결사)의 도움을 받아 연비를 높이는 방식을 일문일답식으로 짚어냈다.

-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여는 편이 나을까?

= 에어컨 가동이나 열린 창문으로 인해 줄어드는 연료 효율은 둘 다 1ℓ당 주행거리 200m 정도로 비슷하다. 고속도로에서 창문을 열면 오히려 손해다. 운행속도가 아주 느린 경우엔 창문을 여는 편이 다소 이익이지만 더운 날씨에 에어컨을 켜지 않음으로써 피로해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 연료를 아침 일찍 넣는 것이 좋을까?

= 오후가 되면 기온이 올라가 주입 과정에서 연료가 증발하기 때문에 연료탱크 온도가 낮은 아침 일찍 넣을수록 실속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말이지만 이렇게 증발되는 양은 연간 1% 정도이다. 그리고 주유소의 연료 탱크는 대부분 지하에 있어 시간에 따라 온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 휘발유가 고급일수록 연비가 높다는데?

= 자동차 제조회사가 제시하는 연료 사용 지침은 엔진 성능을 토대로 한 것인데 요즘 차는 회사 측이 최고급을 권고하더라도 중급, 또는 일반급이라도 지장 없다. 엔진의 성능은 약간 떨어질지 몰라도 트레일러를 끌거나 자동차 경주를 벌이는 것이 아니라면 엔진 성능을 100% 발휘해야 할 경우는 거의 없다.

노킹음이 들리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이런 소리가 들릴 땐 지체없이 최고급으로 바꾸라고 AAA는 권고한다.

- 에어필터가 깨끗해야 연비가 높아진다는데?

=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차 무게를 늘리는 지붕 위의 짐받이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에어필터의 상태는 상관 없다. (미국의 경우) 1997년 이후에 생산된 자동차들은 더러워진 에어 필터에 엔진이 자동 적응하도록 돼 있다.

에어필터보다는 타이어 공기압에 신경을 써 한 달에 한번씩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공기압이 낮으면 연료를 더 많이 소모하게 된다.

- 엔진 공회전을 10초 이상 하지 말라는데?

= 일반 도로에서 조금 막힌다고 시동을 끄는 사람은 없다. 30초 이상 움직이지 못할 것 같으면 꺼도 되지만 그렇게 해서 절약되는 연료의 양은 극소량이다.

- 연료 첨가물을 넣는게 좋다는데?

= 온갖 그럴싸한 선전 문구로 유혹해도 연비를 높여 준다는 첨가제나 장비는 사지 마라. 한마디로 `아무 소용 없다'. 미국 환경부(EPA)의 실험에서 연비를 높인 제품은 단 한 개도 없었다.

- 화를 가라 앉히는데 드라이브가 좋다?

= 연비를 높이는 최고의 방법은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운전하는 것이다. 최근 실험 결과 화 난 상태로 운전하는 운전자들은 느긋한 운전자에 비해 연료를 50%나 더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기판 위에 커피 잔이라도 얹힌 것처럼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부드럽게 밟는 것이 연료 소모를 줄이는 최고의 비결이다.

또 엔진 온도가 높을 때 연비가 높으므로 차를 찔끔찔끔 쓰지 말고 볼 일을 모아 한꺼번에 하는 것이 좋다.
출처
연합뉴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01&aid=0002123173
통섭 (統攝,Consilience)은 "지식의 통합"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통합 학문 이론이다. 이러한 생각은 우주의 본질적 질서를 논리적 성찰을 통해 이해하고자 하는 고대 그리스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두 관점은 그리스시대에는 하나였으나, 르네상스 이후부터 점차 분화되어 현재에 이른다. 한편 통섭 이론의 연구 방향의 반대로, 전체를 각각의 부분으로 나누어 연구하는 환원주의도 있다. -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wiki/%ED%86%B5%EC%84%AD)


경영 마인드만 갖고는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는 힘들다. 기업이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인재들을 필요로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경영학ㆍ경제학은 물론 인문학ㆍ자연과학적인 지식과 아이디가 동원될 때 이제까지의 사고를 뛰어넘는 상상력이 발현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통섭은,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나서야 하는 기업들에게 가장 필요한 개념이 아닐까? 


통섭, 휴대전화의 고정관념을 깨다

모프(Morph). 노키아가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의 한 전시회에서 선보인 미래형 휴대전화의 이름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모프는 상황에 따라 모양이 변할 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색깔도 바뀐다. 이뿐 아니다. 펼치면 자판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둘둘 말아 팔찌처럼 찰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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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키아가 개발한 미래형 휴대전화 모프(사진 노키아 홈페이지).
상황에 따라 모양과 색깔이 바뀌는 이 휴대전화는 생물학을 응용함으로써 통섭을 멋지게 적용했다.

이 휴대전화를 어떻게 개발할 수 있었을까? 노키아는 이 모프를 개발하기 위해 카멜레온의 보호색 기능,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거미줄의 원리를 응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플렉시블 트랜지스터(flexible transistor)라는 새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최첨단 기술에 생물학의 기본원리를 차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신기술과 디자인에만 의존하지 않고, 생물학이라는 전혀 새로운 분야의 특성을 원용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통섭의 한 사례이다.


왜 기업에 통섭이 필요한가

그러면 왜 지금 기업이 이런 통섭을 필요로 하는가? 다 아는 바와 같이, 세계 일류급 기업들 사이에는 기술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그래서 한동안 디자인이 뛰어나야만 더 많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팔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지금도 이 말은 틀린 말은 아니다. 디자인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 모든 기업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아는 이상, 디자인만으로는 다른 기업과 더 이상 ‘차별화'할 수 없게 되었다.

무엇이 더 필요할까? 그것은 다름 아닌 제품과 기술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안목'이다. 이제 단순히 좀 더 진보된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필요한 것은 그 기술을 원용한 ‘전혀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개발한 뒤, 그 제품을 ‘전혀 새로운 안목'으로 사람에게 다가가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위에서 말한 모프는 '휴대전화는 딱딱한 것, 색깔은 변할 수 없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상황에 따라 모양과 색깔이 자유롭게 변하는 휴대전화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안목을 제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개념과 안목을 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유형이 필요하다. 단편적 지식이 아닌 복합적 사고와 통찰력이 필요하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하고, 21세기 디지털경제 시대에 맞게 글로벌 감각이 필요하다.

이런 ‘넓고 깊은' 사고유형은 한 종류, 혹은 한 가지의 분야만을 천착해서는 얻을 수 없다. 오히려 다양한 학문 분야를 아우르고, 혹은 전혀 이질적인 생각과 관습을 보다 높은 차원에서 바라볼 줄 아는 시각, 즉 통섭의 관점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간략히 정리하자. 21세기 글로벌한 경제 환경에서 세계 초일류를 지향하는 기업이라면 ‘통섭을 기반으로 한 제품', 다시 말해 ‘새로운 개념과 안목을 보여 주는 제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제 이해가 되는가? 아직 고개를 갸웃거린다면 통섭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제품 개발의 사례를 하나만 더 들면서 논의를 진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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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도마뱀, 서로 다른 영역을 가로지르다

유리벽을 수직으로 올라가는 로봇을 개발할 수 있을까? 유리벽을 수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우선 그 크기가 작아야 한다. 지나치게 크면 위로 오르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하지만 그런 작은 로봇을 어떻게 수직으로 올라가게 할 수 있을까? 수직으로 올라가게 하기 위해서는 중력의 작용을 거스르는 장치가 필요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김상배 연구원은 오랜 고민 끝에 이런 로봇을 만들어 냈다. 그는 한 번 달라붙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고 발걸음을 옮길 때면 너무나 사뿐하게 움직이는 도마뱀의 발바닥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그러니 아래 사진과 같은 로봇 도마뱀 스티키봇(Stickybot)은 로봇 공학에다 도마뱀에 대한 생태연구가 합쳐져 탄생한 것이다.

이런 로봇 도마뱀은 사실 기술로만 보면 새로운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서로 다른 두 학문 영역의 경계를 가로질러 누구도 생각해 내지 못한 아이디어(새로운 개념)를 개발하고 그것을 실현해 낸 점이다.

 

 스탠퍼드대학교 김상배 연구원이 개발한 로봇 도마뱀 스티키봇(사진 김상배 연구원 홈페이지).
로봇 공학과 도마뱀에 대한 생태연구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2006년 타임지의 '올해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혔다.

지금 기업은 이런 안목을 제시하는 제품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발상과 사고의 방식'이 필요한데 다름 아닌 통섭이 그 기반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새로운 인재를 양성할 것인가

그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통섭을 이해하고 그런 바탕 위에서 사고하는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 학문에서의 통섭이란 학문 간 경계 없이 서로 가로질러 연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기업경영에 접목한다면, 기업에 필요한 통섭적인 인재는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로 이해할 수 있다.

경계를 넘나든다는 것은 경영학ㆍ경제학ㆍ자연과학ㆍ공학ㆍ심리학이라는 학문의 한 굴레에 갇히지 않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혹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자신이 속해 있는 기존의 영역을 과감히 벗어날 줄 아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CEO를 위시한 기업의 모든 인재들이 인문학적 교양을 강조하는 것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칼리 피오리나 전 HP(Hewlett Packard) 회장은 "나는 경제학이 아니라 중세철학에서 비즈니스에 대한 분석력을 키웠다. 중세가 르네상스 시대로 이행한 것에서 디지털시대의 도래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의 전공이 경영학이 아니라 역사학과 철학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애플의 CEO인 스티브 잡스 역시 그의 창의력의 많은 부분은 종교적 직관에서 나왔다고 한다.

문학ㆍ역사ㆍ철학과 같은 인문학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이것만큼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이 무엇인가? 인간이 필요로 하고 기뻐하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그것을 가급적 많은 인간에게 팔아서 삶을 윤택하게 하고, 그 결과 기업은 이윤을 늘리고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아닌가? 결국 기업경영은 인간의 문제인 것이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움직이고, 인간을 만족시키는 것. 그것이 경영의 본질이고 그래서 기업경영은 인간을 이해하는 통섭, 아니 통섭을 통해 인간을 다면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통섭, 기업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좌우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새로운 아이디어 혹은 새로운 상상력, 그것은 기업이 21세기를 효율적으로 그리고 일류로 살아가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다. 더 나아가선 앞으로 10년 우리 기업이, 아니 우리 한국이 먹고살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IT(정보기술: Information Technology), BT(바이오 기술: Bio-Technology), NT(나노 기술: nano-Technology)에만 매몰되지 않고 그것을 아우르는 혹은 그것을 뛰어넘는 발상이 있어야 정말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정말 우리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상상력의 원조로 두바이를 말한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 당신은 상상을 하라. 우리는 이루어 내겠다.' 아직까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시야를 넓히면 앨빈 토플러의 다음과 같은 말이 우리의 가슴을 친다.

"제1의 물결은 농업혁명, 제2의 물결은 산업혁명, 제3의 물결은 지식산업의 혁명이다. 하지만 제4의 물결은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생각의 혁명이다."

통섭은 이 생각의 혁명을 주도하는, 아니 생각의 혁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 글

김기홍 /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출처 - http://www.samsung.co.kr/news/biz_view.jsp?contentid=12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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